‘의열 투쟁’이 테러인가?

테러와 의열 투쟁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테러(terror) [명사]
 1.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
 2. [고유명 일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 행위. 또는 그것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사상이나 주의 = 테러리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테러의 사전적인 의미는 위와 같지만, 그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다. 사실 국제 사회에서도 테러에 대한 정의를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 간 기구, 각국 정부, 그리고 학자들에 의해 테러리즘을 정의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국제법 수준에서 정의된 바는 없다. 이에 유럽 연합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다음과 같은 정의를 이끌어 냈다.

  • 대중에 대한 심각한 위협
  • 정부 또는 국제기구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부당하게 강요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 국가나 국제 조직의 기본 구조를 심각하게 불안정하게 하거나 파괴하는 행위

1940년 9월 17일 ‘한국광복군’ 성립 전례식 기념사진

이처럼 테러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절대적인 기준은 없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에서 폭력 또는 위협을 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는 관념이 작용된다. 이에 식민 통치와 자결권, 독립운동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테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테러 활동’, 독립운동가를 ‘테러리스트’ 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김구 선생도 <백범일지>에서 ‘테러’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봉창 의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민족운동이 침체되어 군사 공작이 어려우면 테러 공작이라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항일 투쟁의 방법과 전략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목적과 동기에 따라 구분해야...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테러’는 ‘정치적’, ‘폭력’, ‘공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행위가 무고한 생명을 대상으로 계획적인 공격을 한다. 또 그 목적은 공포를 조성해 공동체의 정상적인 삶과 제도를 붕괴한다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목적과 동기를 가진 행위를 테러라고 한다면, 독립운동은 테러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의열 투쟁은 더욱 그러하다.

먼저, 테러는 일반적으로 개인 또는 일부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만 의열 투쟁은 국가 또는 민족, 인류를 위한 것이다. 또, 테러의 공격 대상은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열 투쟁은 식민 기관이나 시설, 공공의 적, 고위 간부 같은 국가의 원흉 등 특정한 소수를 대상으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열 투쟁은 목적과 이유, 주체를 미리 밝힌 뒤 거사를 치렀지만 테러는 그것이 불분명하거나 오히려 숨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광복회는 <고시문>과 <포고문>을 현장에 게시해 처단 이유와 투쟁 주체를 밝혔고, 의열단은<조선혁명선언>을 널리 퍼트려 거사를 결행한 이유를 알렸다. 한인애국단도 이봉창, 윤봉길 의거 직후 선전문을 만들어 각국 언론기관에 배포했다. 특히 1932년 중국 상하이에서 출판된 <도왜실기>에서는 김구가 윤봉길에게 “우리의 적은 왜놈뿐이니 왜놈 이외의 각국 인사에게 해를 가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1923년 1월 의열단이 조선 총독부에서 근무하는 한인 관공리(官公吏)에게 보낸 경고문이다. 그 내용은 한인 관공리들을 총독정치에 기생하는 자들로 규정하고 의열단에서 벌이는 혁명 운동이 일본의 총독 정치를 파탄내고 조선 민족을 구제하는 운동임을 밝히면서, 의열단의 혁명 운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싸운 의로운 일

그렇다면 그들은 독립 투쟁을 위해 왜 폭탄과 권총을 써야만 했을까? 그 이유 역시 <도왜실기>에 잘 드러나 있다.

우리가 허다한 희생을 돌아보지 않고 끝끝내 폭렬한 행동으로 대항하는 것은 우리 손에는 아무런 무기가 없고 사선을 쫓겨난 우리 한국 사람인지라 이 길을 버리고는 또 다른 길이 없는 까닭이라. 그러므로 한국의 독립이 성공하는 날까지는 이런 폭렬한 행동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 엄항섭, <도왜실기>, 국제문화협회, 1946

사실 항일 투쟁사를 살펴보면 독립운동 가운데 이뤄진 거사는 성공보다 시도에 그친 경우가 더 많다. 혹은 계획 단계 또는 추진 중에 포기해야 했던 경우는 물론, 실행까지 옮겼으나 불발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성공은 했으나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성취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거사는 실패와 성공을 떠나 훗날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극제가 되었으며, 대중에게 항일 의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의열 투쟁은 역사적으로 발전적이고 혁명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테러는 역사를 혼란에 빠뜨린다. 의열 투쟁은 온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반침략 평화주의를 그 실천의 기반에 두고 있다. 만약 이 점을 상실했다면 의열 투쟁 역시 테러와 다름 없을 것이다.

의거의 사전적 의미는 ‘정의를 위하여 개인이나 집단이 의로운 일을 도모함’이다. 정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보편타당한 사실이나 가치를 말한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묻겠다.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의거’일까, ‘테러일까?

<글 이시우 / 천재교육>